genieU's life/슬기로운엄마생활

산후우울증 극복기_엄마들 안녕하신가요?저는 안녕하지 못하네요ㅠ(증상 및 치료, 극복방법)

genieU89 2020. 12. 15. 14:27

안녕하세요~ 체리지니입니다. 오늘은 제가 겪고 있는 중인 산후 우울증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해요.

전문적인 증상이나 해결방법 위주 보다는 제 개인적인 경험과 극복하고 있는 중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참고 바랄게요^

 

 

 

1. 우울증 전 나의 성향

먼저 원래 저의 성격은 걱정이 없어 걱정인 사람이었어요. 걱정거리가 생겨도 '뭐 어떻게 잘 되겠지~ 지금 내가 걱정해봤자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뭐~' 하면서 잘 이겨내는 성향이였어요. 그리고 언제나 즐거웠죠~ 외동이라 혼자 집에서 잘 놀구요. 나쁘게 말하면 어떤일에 대해 크고 깊게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ㅎㅎ

 

대신 음 생각이 좀 많고 책임감이 좀 강한 편인 것 같아요. 갑자기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지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이 너무 안와 차라리 그땐 일어나서 메모장에 생각 정리를 해야 잠이 들곤 했죠.. 

어쨌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왠만한거는 거의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았어요.

 

MBTI 유형으로 따지면 ENTP 유형이라고 하면 대충 이해가 되실런지 모르겠네요. 자존감,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었죸ㅋㅋㅋ

2. 우울증에 걸린 이유(상황)

그런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솔직히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 남편의 역할을 하려다 보니 사소한 걸로 부딯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게 엄마, 아빠가 되는 거는 참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일단 잠도 못자고 몸이 힘드니 안그래도 예민한 남편은 더 예민해 지고 무딘 저인데도 예민해지니 안싸우는게 이상할 정도였죠. 더군다나 잘 하고 있던 일도 휴직하고 쉬면서 해본 적 없는 집안 일과 육아로 제 자존감이 너무나도 많이 낮아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제 성격이 될대로 되라라는 거였는데 내 아기는 잘 키우고 싶더라구요.

저희 아기가 좀 많이 먹는 아기가 아닌거든요.. 잘먹는 아기들은 하루에 1000미리를 넘겨서 걱정이라는데 저희 아기는 안먹을 때는 하루 총량 400미리 조금 넘기고 체중은 상위 10%고, 수면교육은 어떻게 시키니, 먹놀잠 패턴은 어떻게 하는 거지 등등의 생각할 게 너무너무 많아서 몸은 피곤하데 잠은 안와 밤을 꼴따 새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 때는 이 힘든 시간이 언제쯤 편한해 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비유하자면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고 있는데 빛도 없고 출구도 안보이는 터널을 걷고 있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나름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 제가 유일하게 바란 건(저의 욕구) 남편의 따뜻한 응원과 위로였었어요. 한마디로 '오빠, 나 힘들어,,' 했을 때 '그래, 우리 지니 많이 힘들구나,,, 그래도 지금 서로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보자~' 이런거였거든요..ㅋㅋ제가 바라는 답ㅋㅋ 

그냥 답정너네욯ㅎㅎㅎ

그치만 저의 바람과 현실은 달랐어요. 돌아오는 답은 '힘들면 친구들 좀 만나고 와, 혼자 어디라도 갔다와' 뭐 이런 거였어요..ㅋㅋ

남편 입장에서는 진짜 제가 걱정되서 내놓은 해결책? 답변이였을 꺼예요. 그치만 그말이 너무너무너무 서운하고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공감 좀 해달라고 해도 남편은 도대체 공감은 어떻게 하는거냐며 더 답답해 하더라구요.ㅋㅋㅋ

(참고로 남편 MBTI유형으 ESTJ예요~ㅋㅋ 공감능력 부족한 유형ㅠ)

3. 증상

아기를 키우면서 아기 땜에 걱정은 많고 내 욕구는 채워지지 않지(공감적인 말),  맨날 싸우기만 하지.. 이런 이런 상황이 몇달동안 계속 반복되니 정말 너무너무 힘든 상황 이었어요ㅠ 진짜 이러다 미칠수 있겠구나, 자살할 수도 있겠구나, 진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뭐 이런 생각들 뿐이었어요. 제가 힘들어 표정이나 행동으로 들어나 아기한테 안좋은 영향 미칠꺼 생각하니 아기만 보면 눈물나고, 남편한테 화나고 자격지심 생기니 조그만한 얘기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아마 제가 왜 저러는지 남편도 이해가 안돼 힘들었을 꺼예요..  

 

  • 자신감, 자존감 저하
  • 두통 및 잠이 엄청 옴
  • 무력해짐
  • 화가 미친듯이 남
  • 성욕감퇴
  • 식욕감소
  •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며 아무도 없는 곳으로 혼자 있고 싶은 생각
  • 이렇게 힘든데 죽으면 좀 편해질까?
  • 하염없이 눈물이 남

 

 

 

 

 

 

4. 병원에 간 과정

 너무 힘들고 지치니깐 남편한테 힘들다 내맘 좀 알아 달라는 뜻에 얘기를 하면 남편은 또 제가 왜그런지 이해가 안돼니 화내고 이 상황이 계속 도돌이표 같이 되풀이 되던 와중에 '아..  남펴니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마디로 현타가 왔어욬ㅋㅋ 병원에 가기 전 날도 남편과 미친듯이 싸우다가 현타가 와 그 다음날 바로 주말이라 아기는 남편에게 맡기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어요.  

 

우울증 테스트와 상담 결과 중증도(2단계)의 우울상태라고 하더라구요. 약물치료아 같이 병행해야 할 정도의 우울증 단계였어요. 

의사 쌤한테 지금까지의 내 감정을 속시원히 다 얘기하니깐 뭔가 더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긴 했지만 지금 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남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니 다음에 올 때 꼭 남편과 같이 와서 상담 받으라고 하더라구요.

5. 극복 방법

그렇게 남편과 저는 두번째로 병원에 방문해서 의사 쌤과 상담을 했고 현재 4주 동안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있어요. 병원 진료 후 가장 큰 변화는 저의 상황을 인지한 남편이 의사가 시킨대로 제가 바라는 말이나 행동을 의도적으로 해주고 있어요. 처음엔 평소와 달라 낯간지럽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구요~(욕구충족ㅎㅎ)

저 또한 유튜브도 시작했고, 블로그, 운동 등 육아 외적인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하면서 성취감, 자신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주말 병원에서도 제가 잘 이겨내고 2주치 약을 주시며 약 없이도 괜찮다고 생각 들면 약 복용을 중지해도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아직 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우울증 전 제 모습의 한 7~80%는 돌아온 것 같아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 내 현 상황을 직시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 할 것은 인정하자
  • 내 상황에 대해 지인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 하자
  •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성취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나씩 해결 해 보자
  • 맑은 공기를 마시고 가까운 데라도 밖에 나가서 휴식을 취하자
  • 아기를 잠시 남편이나 다른 양육자한테 맡기고 육아 외적인 활동을 해 보자(예, 운동, 유튜브, 블로그, 악기 다루기 등) 

 

 

 

 

 

 

6. 저와 같이 우울증을 겪고 계시고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절대 본인 탓이 아니예요. 그리고 내가 특이하고 이상해서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도 아니구요. 왜 남들은 다 즐겁게 하는 육아인데 나는 이렇게 우울해하는 거지.. 라는 등의 자책 하지 말아주세요ㅠ 

 

그리고 힘드실 때 혼자 짊어지지 마시고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좌절하지 말아주세요ㅠ 포기하지 말아주세요ㅠ

우리 아기를 위해 아니, 꼭 나를 찾기 위해서 전문적인 기관을 찾아가서 내가 왜 힘든지에 대해 툭 털어놓으시고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 돼요. 쉽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꼭 다 풀어 나갈 수 있어요!

 

일단 털어 놓고 솔루션을 받으면 희망이 보여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출구 없는 깜깜한 터널을 혼자 간신히 기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한는 순간 한줄의 빛이 보이고 출구가 보이기 시작 했어요. 지금 힘들어 하고 계시는 분들도 그 감정 꼭 느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