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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_피터팬증후군을 자각하다(내면아이 만나기)

genieU89 2023. 2. 12. 23:33

2023.02.12 SUN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_ 피터팬증후군을 자각하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유없는 들뜸과 내일 주말 이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참으로 몇년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직장인에게 금요일은 그냥 천국이나 다름없는데 말이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엄마에게 아침인사를 건내고 이런말을 했다.

‘엄마, 나 예전 집에 있을 때는 주말이 오는게 싫었어. 그냥 계속 평일에 회사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엄마가 말했다. ‘얼마나 너가 힘들었으면 그렇게 생각했니..’ 

 

부모님에 집에서 지낸지 한달 반.. 이제야 조금 제대로 된 안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전에 나의 삶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남편이 화내거나 기분이 상할지 모르는 불안함의 연속.

아무일 없는 날이 더 이상할 정도의 나날들.. 

집에 있는 것이 너무도 불안했다.. 그와 함께 있으면 항상 마음이 요동치고 눈치를 보게됐다.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우리 아기는 얼마나 더 불안함을 느꼈을지..  지금 그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안해지고 눈물이 나려 한다. 목이 메여 온다. 

 

몇 년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내 힘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었다.(무력감)  무수히도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어느 것 하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절망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버티려 했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밝디 밝던 나는 온통 잿빛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불안함 속에 계속 있다가는 내가 미쳐버리거나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우리 아이가 망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내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것을 놓기로 했다. 내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이라는 것을 끊어버리기로 했다. 우리 소중하고 귀여운 아기가 매일 봐야하는 아빠를 못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우리 아기의 아빠를 뻇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가족 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과 안전을 느끼고 살고 싶은 마음과 이런 말도 안돼는 상황에서 벗어나야돼 라는 마음 중에 후자가 이긴것이다. 그런데 막상 후자를 선택해도 불안정한 상태로 된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두렵고 무섭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부모님과 아기가 힘들어 하게 되는 건 아니지 너무 무섭다. 이 험한 세상 우리 아기와 나중에는 모셔야 할 부모님을 내가 가장으로서 잘 해나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두렵다.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이고 아기도 낳은 엄마지만 내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 같다.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제대로 나 자신과 마주보려 하지 않는다. 힘들고 두려워 하는 나를 애써 부정한 채 지금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끼는 나만 바라보고 있다. 힘들고 두려워 하는 나와 마주하면 나 지신이 버틸 수 없다고 느껴서 그러는 걸까.. 더 한없이 우울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걸까.. 내가 힘들고 우울해 하면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슬퍼할까 그러는 걸까..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힘들어.. 무서워.. 혼자 있기 싫어.. 라고 말하면 나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아서 애써 부정하는 걸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피터팬증후군인 것 같다. 

 

 

 

ps.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데(특히 후크).. 소름이다.. 진짜.. 거의 확실한듯...